"안무를 빨리 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이 질문을 꽤 오래 품고 살았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팬데믹이 시작됐다. 기대했던 캠퍼스 생활은 시작도 하기 전에 멈췄고, 비어버린 시간은 자연스럽게 오랜 취미였던 춤으로 흘러갔다. 하루에 수업을 두 개씩 듣고, 새벽이면 연습실을 빌렸다. 새벽 대관료가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해가 뜰 무렵 집에 돌아가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정말 댄서가 되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시간도 돈도 체력도 전부 춤에 쏟아붓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안무를 외우는 속도였다.
50분 남짓한 수업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안무를 배우고, 음악에 맞춰 반복하고, 마지막에는 영상을 남긴다. 전공생 친구들은 이미 안무를 자기 움직임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같은 안무라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했고,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그에 비해 나는 아직 다음 동작을 떠올리느라 바빴다. 몸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였다.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순서를 외우고 있었다. 그게 너무 답답했다.
결국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 질문시간에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안무를 빨리 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웃으며 말씀하셨다.
"음… 사실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동작을 빨리 외우는 건 결국 얼마나 많이 춰봤고,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어. 빨리 외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네 움직임으로 만드는 데 먼저 집중해 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조금 많이.. 부끄러웠다. 그때의 나는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오늘 수업에서만 잘 추는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동작을 이해하는 시간보다 결과를 앞당길 방법을 찾고 있었다. 기초를 쌓는 일보다, 당장 오늘의 결과를 잘 만들어내는 데 더 마음이 가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생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익숙한 동작은 외우려 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처음에는 느리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는 안무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속도를 연습한 적은 없었다. 대신 동작 하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오래 보냈다. 결국 속도는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디자인을 하면서도 비슷한 순간을 여러 번 만났다.
좋은 결과물을 빨리 만들고 싶었다. 남들이 저장할 만한 작업, 포트폴리오에 넣을 만한 작업, 한눈에 "잘했다"는 말을 듣는 결과물. 하지만 그건 춤에서 안무를 빨리 외우고 싶어 하던 스무 살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디자인도 결국 결과를 앞당기는 기술보다, 오래 관찰하고, 많이 만들고,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는 시간이 나를 더 많이 바꾸고 있었다.
요즘도 가끔 조급해질 때면 그날이 떠오른다. 나는 아직도 안무를 빨리 외우는 방법을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동작을 이해하는 일이었는데!
선생님은 그날, 답을 알려주신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있던 질문을 고쳐주셨다.